에치고 온천 기행 : 야히코 신사 마을
온천마을에 묵는다면 가와바타가 그랬듯 한두 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느긋하게 머물고 싶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온천장에서의 숙박 자체가 이국적이고 색다른 체험이고, 또 오후 세 시 체크인, 오전 열 시 체크아웃의 시간을 따르다 보면 하룻밤의 숙박으로는 온천장 탐험만으로도 벅차기 마련입니다. 마을 사람들을 알아가고 마을 축제에 참가한다든가, 뒷산에 올라 봄나물이나 떨어진 밤송이를 헤집어 밤톨을 찾아낸다거나 하는 여유를 부리기는 좀처럼 힘든 시간이죠. 물론 마을 처녀나 혹은 온천 마을에서 일하는 게이샤와의 분홍빛 추억이라도 싹튼다면 더 좋겠지만 기대하기는 당연히 힘들 터이고요. 하지만 시간도, 예산도 빠듯한 한철 관광객이라 좀처럼 그런 여유는 부리지 못하고, 또 하루 만에 이곳을 떠납니다. 결국 이 마을도 다음날 오전에 짧게 스쳐 지나가고 말았어요.

한적하고 작은 마을이라 길거리에서 사람 구경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아마 이 마을에서 우리를 처음 맞이했던 것은 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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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zafran | 2008/07/16 00:06 | Camino de Amosol | 트랙백 | 덧글(6)
Vivir lo nuestro : 세비야의 축제들
따빠스의 향연을 충분히 즐겼다면, 그 다음으로 이야기할 것은 세비야의 축제입니다. 이 시기에 세비야를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 축제로 점철된 스페인의 연간 칼렌다에서도 가장 중요한 축에 속하는 축제 두 개가 연이어지기 때문이었으니까요. 그것도 가장 종교적인 축제인 성주간(Semana Santa)과 가장 세속적인 축제인 페리라(Feria)가 대비된다는 점에서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 기간에는 축제홀릭인 세비야인들의 축제에 동참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어 숙소 가격은 몇 배로 폭등하고 이마저도 두세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잡을 수가 없는데, 마침 저희는 방을 빌려 머무르고 있었으니 임시 거주민이기는 하나 편안하게 축제를 관찰하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교회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스페인인들의 생활과 문화는 가톨릭 교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연간 전례력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 부활절까지의 한 주간, 예수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을 기리는 성 주간(Semana Santa)은 여전히 스페인 전역에서 가장 성대한 종교 행사로 기념되고 있습니다. 그 스페인을 통틀어서도 이 성 주간을 가장 떠들썩하게 치르는 곳이 바로 세비야입니다. 세비야 주민들의 피 속에는 ‘기왕 하는 것이라면 남들보다 뽀대나게! 화려하게!’를 주장하는 유전인자라도 흐르는 것 같아요.

성 주간 동안 가장 중요한 행사는 바로 성상을 운반하는 행진(Procesión)입니다. 이 행진은 성당, 지역, 직업 공동체에 바탕을 둔 형제단(Hermedades 혹은 Cofradías)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2007년에는 모두 59개가 참여했습니다. 가장 오래된 형제단은 그 역사가 14세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16~18세기에 세워진 유서 깊은 형제단들이 많습니다. 성 주간 동안 하루 평균 8~9개의 형제단이 행진을 벌이는데, 성 토요일에는 4개, 부활절 당일에는 한 개로 줄어들지요. 뒤로 갈수록 보다 중요하고, 역사 깊은 형제단들이 행진을 벌이게 됩니다. 아직도 여성을 받아들이는 곳은 4곳뿐, 큰 형제단은 행진에 참여하는 인원만 2,500명에 이르기도 합니다.

세비야 도착 첫날부터 길에서 이들 행렬과 부딪쳤혔습니다. 회개와 속죄를 뜻하는 전형적인 성 주간의 차림새에요. 두건와 로브를 걸친 이들을 나사레노(Nazareno)라고 하는데 촛불과 십자가 등을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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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zafran | 2008/07/13 23:16 | Vivir lo nuestro | 트랙백 | 덧글(6)
에치고 온천 기행 : 야히코신사 온천 모리노이즈미
객차 두 량으로 이루어진 앙증맞은 기차가 아직 옮겨 심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어린벼가 어려 보이는 벼가 연녹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니이가타의 논 사이로 달립니다. 어느 샌가 온천욕에 재미를 붙이셔서 일본에 갈 때면 닥치고 온천장에 하루만을 외치게 되신 그분, 하지만 사실 전 어릴 때부터 공중 목욕탕이나 온천 같은 곳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시절은 요즘처럼 수도꼭지만 틀면 따뜻한 물이 펑펑 나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고, 퍼세식 화장실만 있었을 뿐 요즘 같은 개념의 욕실이란 게 아예 집에 없었으니 일 주일에 한 번씩 목욕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목욕탕에 갔어야만 했습니다만, 증기 자욱한 탕에 들어서면 이따금 눈앞이 캄캄해지며 어지러움을 느낀데다가 수증기에 뿌옇게 흐려지는 안경을 벗고 나면 불안한 심정으로 더듬거리며 비누나 수도꼭지를 찾아야 하는 고충은 눈이 나쁜 분들은 다 공감하실 거에요. 젊은 시절(만으로 이십 대를 말합니다.), 자전거로 일본을 여행하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값싼 온천장에 묵게 될 때에도 간단히 샤워만 하는 것으로 온천 이용을 마친 적도 많죠. 하지만 저도 나이가 드는지 특히 수질이 좀 묵직한 온천에서는 잠시 몸을 담그고 있는 게 좋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단 첫 10분까지만요.

니이가타에는 154곳의 온천지가 있어 그 수가 전국 4위라고 하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한국인들에게 제일 잘 알려진 곳은 아마 오랜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니이가타의 간판 온천인 츠키오카 온천, 그리고 소설 설국의 배경이 되었던 에치고유자와 온천 정도일 것이에요. 물론 제가 온천을 선택한 기준은 이와 전혀 상관이 없고(아니 오히려 너무 상업적으로 잘 개발된 온천지나 관광객들이 많을 듯한 곳은 피하고 싶었어요.), 오로지 기차만을 통해 편리하게 연결될 수 있는 곳만을 골랐습니다. 온천이라는 게 대체로 조금은 외진 곳에 있는 편이라 자기 교통 수단이 없으면 닿기 힘든 곳들도 많고, 가장 유명한 츠키오카 온천 같은 경우에도 하루 몇 차례 있는 셔틀버스를 갈아타고 찾아가야 할 정도더라고요. 네, 한 마디로 말해 제가 좀 게으른 거죠. 사실 전 좀 서민적인 취향이라 격조는 좀 떨어지더라도 이렇게 현 바깥에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지방 온천에서 온천을 독차지하다시피 하고 푹 쉬면 편이 더 좋더라고요. 다행히 온천여행을 위해서는 비수기인 셈이라 토요일을 제외하면 어디든 예약이 쉬웠고, 비용도 이번 겨울에 찾았던 규슈의 유후인이나 쿠로가와 같은 유명 온천들보다는 훨씬 저렴했습니다.

이날 묵을 곳은 야히코신사 온천에 위치한 모리노이즈미. 니이가타에서 가장 중요한 신사인 야히코 신사 바로 아래에 형성된 마을이라 예로부터 신사 참배객들이 묵곤 했던 유서 깊은 온천입니다. 니이가타에서 불과 3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도중에 기차를 한 번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가는 데에 대략 한 시간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니이가타는 일본의 현 중에서도 면적이 다섯 번째로 꽤 편에 속한답니다. 교통의 편리성과 함께 이 온천을 고른 다른 이유가 바로 이 신사와 같은 볼거리가 함께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계속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비 때문에 마을 구경은 다음날 오전에 간단히 하기로 하고 체크인 시간이 되기도 전에 바로 숙소로 향합니다. 대부분의 온천숙소들은 마을 가운데 자리잡고 있지만, 제가 예약한 모리노이즈미는 신사를 에워싼 숲의 한쪽 기슭에 비교적 조용히 기대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때리실 분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지만, 몇 달 간의 서울 생활에 지친 탓인지 신선한 숲의 공기를 쐬고, 새소리를 들으며 심신을 정갈하게 하고 싶다는 욕구가 정말 강했거든요. 언덕길을 조금 오르면 마주치는 이곳이 오늘의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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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zafran | 2008/07/12 03:55 | Camino de Amosol | 트랙백 | 덧글(3)
에치고 온천 기행 : 니이가타풍 카츠동 가게 히로
비 오는 날도 운치 있어 좋다 하는 분들이 있으시지만,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여행이라면 역시 맑은 날씨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 2주 전에 예약을 마쳐 두고, 하루하루 기원하는 마음으로 야후 재팬의 일기예보를 확인했습니다만 결국은 여행 기간 내내 흐리거나 때때로 비가 온다는 뉴스만 받아 들었습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은 때때로 밀도는 옅지만 방울, 방울의 크기는 꽤 굵은 비를 몇 차례씩 흩뿌렸고, 에너지 게이지가 저하된 우리들은 이날 묵을 야히코 신사 온천마을로 이동하기 전까지 오전 시간을 알뜰하고 활용해 관광지 한곳이라도 더 들리거나 하는 대신, 체크아웃 시간까지 침대에서 버틴 다음 역내에 있는 기념품점과 서점을 어슬렁거리다가 점심을 먹고 기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날자 별로 여행 일정을 정리하기라도 한다면 이날의 일정은 ‘숙소에서 30초 거리에서 점심 식사 – 기차로 이동(약 한 시간) – 숙소 투숙’이 전부인 셈이니 여행사에서 손님의 여행 일정을 이런 식으로 짜주기라도 했다면 환불 소동이 일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로비에서 정장을 입은 비즈니스맨들을 구경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가벼운 아침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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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zafran | 2008/07/08 15:35 | Camino de Amosol | 트랙백 | 덧글(7)
신촌의 나가사키 짬뽕 전문점, 이찌멘(一麵)
음식점, 술집이 가득 찬 번화가지만 이 나이 먹고 나니 참 갈 곳 없는 곳이 바로 신촌입니다. 하지만 최근 신촌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좋든 싫든 신촌에서 끼니를 때워야 할 상황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 중 최근 접한 호기심 당기는 이름은 나가사키 짬뽕 전문점, 이찌멘. 일본의 국민음식인 라멘이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전문점이 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맛은 기본도 되지 않는 곳이 많고, 또 돈코츠 계열 외에는 다양한 종류의 라멘이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 와중에 나가사키의 중화가에서 개발되었다는 향토 음식, 나가사키 짬뽕 전문점이 신촌 한 모퉁이에 있다는 것은 그 시도만으로도 참신하게 여겨집니다.

위치는 신촌KFC 바로 옆이라 찾기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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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zafran | 2008/07/06 13:20 | Mesa de Azafran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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